♤ 2004/4/21(수)

국제도메인분쟁 승리 사례(정일호)   sex.biz 도메인 국제분쟁 승리한 정일호씨   출처 : 아이뉴스24  작성일 : 2004-04-19 조회수 : 200 수억원의 가치를 지닌 sex.biz 도메인 소유자 정일호씨. 그는 2002년 3월 29일 도메인 등록 기관인 미국의 뉴레벨사가 실시한 추첨에서 수십만명의 경쟁률을 뚫고 sex.biz 도메인의 주인으로 당첨됐다. 정씨는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 IT기업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평소 도메인에 관심이 있어 몇 개 도메인을 구매해 놓고 있었죠. 유명 닷비즈 도메인을 추첨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sex.biz 도메인을 신청했습니다. 기대도 안했죠. 제가 당첨이 됐다는 것도 이틀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정씨의 당첨 소식을 듣고 멀리 해외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축하 메일을 보내오고 도메인을 팔라는 사람도 나타났다. 도메인을 엄청난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서자 자신이 엄청난 '복권'에 당첨된 사실이 점차 실감났다. 하지만 당첨된 이후에도 얼마간은 평범한 회사원의 생활이 유지됐다. 당첨됐을 경우를 전혀 준비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자기들이 sex.biz 도메인의 주인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당첨만 되면 당연히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지 알았어요. 알고 보니 그런 게 아니더군요. 미연방중재위원회(NAF)에 제 도메인에 대한 이의제기가 30여건이나 올라왔어요." 국제도메인관리기구인 ICANN은 새로운 도메인이 기존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 달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이의를 신청(IP Claim)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절차로 대부분 1~2건의 이의 신청자가 있기 마련인데 sex.biz 같은 경우는 워낙 관심이 많았던 탓에 '딴지를 거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가장 먼저 이의를 신청했던 'Philatelic.com'은 2002년 8월에 NAF에서 기각된다. 그런데 2차 이의 신청자였던 마커스 쉐이트(Marcus Schatte)의 신청은 2002년 11월 NAF에 의해 받아들여 도메인 이전 결정을 내려졌다. 가만 있으면 정당한 권리를 빼앗기게 생긴 것이다. "마커스는 sex에 대한 전체 상표권을 가진 게 아니라 일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만 있었죠. 그런데 도메인을 넘기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씨는 바로 서울지방법원에 '도메인이전청구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마커스는 서울지방법원에서 보낸 소장은 수령을 거부한 채 뉴레벨사가 위치한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법원에 도메인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법원은 마커스가 대응을 하지 않자 2003년 9월 정일호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버지니아주 법원에서도 마커스가 승소했다. 같은 건에 대해 두 나라 법원이 각기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버지니아주 법원에서 보낸 소장이 저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마커스의 승소 판결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의를 제기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날 밤 인터넷을 뒤져 미국의 믿을만한 로펌을 찾아 바로 사건을 의뢰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정일호씨는 언제부턴가 국제 도메인 분쟁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쯤 되니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크게 번질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어요. 당연히 제가 이길 것이라 생각했던 거죠. 만약에 제가 미국인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이의 신청자가 나타나지도 않았고 NAF에서나 법원에서도 그런 판결이 나오지도 않았겠죠." 정씨는 우선 버지니아주 법원의 판결이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무효 소송을 제기해 받아들여졌다. 서울지방법원의 승소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는 기각됐다. 2003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벌어진 일이었다. 이쯤 되니 마커스쪽으로부터 합의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정일호씨는 처음에는 합의를 거절했으나 만만찮은 변호사비용이 문제였다. 두 건의 소송을 제기하는 데만 1억원이라는 큰 돈이 들었다. 끝까지 가면 이길 뻔한 소송이었으나 계속 진행하다가는 비용 문제로 먼저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국 지난 3월 정일호씨는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마커스와 합의를 보았다. 합의내용은 서로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버지니아주에서의 소송이 완료되면서 정씨의 권리가 인정됨에 따라 NAF에 신청됐던 모든 건들이 자동으로 종료됐다.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정씨는 이달초 한국어 사이트를 열었다. 모두 합법적인 성인 콘텐츠들이다. 홍보나 마케팅이 전혀 없고 내용도 많지 않아 방문자는 하루에 1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정씨는 현재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sex.biz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성인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숨어서 하는 성인 사이트들이 부지기수고 돈도 많이 벌지만 정작 대놓고 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의 실정 아닌가요." 그렇다고 정씨가 지금 마음대로 도메인을 팔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동안 소송이 있어서 도메인 등록정보에 '락'(Lock)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업데이트나 수정, 이전, 삭제가 불가능하다. 락이 풀리기 위해서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뉴레벨사가 도메인을 추첨할 때부터 '판매를 목적으로 신청하지 못하도록' 못박았기 바로 판매할 수도 없다. "방법은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다 회사를 매각하는 방법이 있죠. 그래서 일단 한국어 사이트를 만들었고 해외 사이트도 연말에 열 생각입니다." 그럼 sex.biz 도메인 가격은 얼마나 될까. "세계적인 도메인 중개 사이트인 'sedo.com'에 문의해보니까 임대의 경우 한 달에 1천900달러, 매매는 75만달러(약 9억원) 정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이트가 열리고 조금 더 홍보가 된다면 가치는 더 오르리라고 봅니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