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2/20(목) 14:36 (MSIE6.0,WindowsNT5.0) 211.177.0.29 1024x768

고층 빌딩 외국인들끼리 사고팔고     대우증권 직원들은 본사 빌딩만 쳐다보면 묘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 외국인이 주인인 빌딩에서 일할 뿐 아니라, 회사 인수자를 찾고 있는 터라 혹시라도 경영권까지 외국 금융회사에 넘어가지 않을까 해서다. 무엇보다 2001년 3월에 매각했던 서울 여의도 본사 빌딩이 올해 들어 높은 가격에 재매각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타까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시 대우증권은 골드만삭스에 478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골드만삭스는 호주 맥쿼리은행 자회사인 맥쿼리부동산에 720억원에 되팔았다. 골드만삭스는 연 40% 수익을 올린 셈이다. IMF 이후 외국인 손에 넘어갔던 고급 빌딩들이 또다시 외국 투자자에게 넘어가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도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매입 경쟁에서 연거푸 쓴잔을 마시기 일쑤다. 올해 들어 고층 빌딩 인수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쪽은 호주 맥쿼리부동산이다. 대우증권을 비롯해 여의도에 위치한 동양증권과 SK증권 빌딩까지도 인수했다. 매입 시기는 공교롭게도 올 1월초다. 맥쿼리부동산이 사들인 동양증권 매입가격은 850억원이고, SK증권은 800억원. 동양증권과 SK증권을 판 쪽은 미국 부동산투자회사인 론스타코리아. 동양증권이 론스타에 판 가격은 650억원이었다. 론스타코리아는 동양증권 매각으로 무려 200억원을 벌었다. SKC가 2001년 6월 SK증권을 판 가격은 660억원이었다. 론스타코리아는 SK증권 매각을 통해서도 140억원을 벌어들였다. 물론 론스타코리아의 모든 투자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평화은행 주식을 샀다가 종이조각이 되기도 했고, 현대산업개발 소유의 아이타워를 인수했으나 아직까지도 공실률이 많아 고전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맥쿼리은행은 한국 시장을 매력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에만 5개 자회사를 둘만큼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번에 동양증권, SK증권, 대우증권 건물을 사들인 맥쿼리부동산을 비롯해 신한맥쿼리금융자문, 맥쿼리IMM, 맥쿼리국민은행, 맥쿼리코리아 등이 있다. 맥쿼리IMM은 자산관리회사이고, 맥쿼리코리아는 금속 등을 중개하는 상품중개전문회사다. 5개 한국법인에서 근무하는 인력만도 100여명에 달한다. 맹진태 BHP코리아 이사는 “고층 빌딩들이 외국인 투자자 손에 넘어 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250억원을 투자하면 1000억원짜리 빌딩을 살 수 있고, 연간 9%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도 생명보험회사와 국민연금과 같은 잠재 고객들은 고층 빌딩 매입을 꺼린다고 한다. 이호규 BHP코리아 사장은 국내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매입할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외국 투자자는 전체 운용자산이 워낙 크 기 때문에 일부를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한다 해도 별 문제가 없 으나 한국 투자회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투자에 실패하면 타격이 크다” 아직도 새 주인을 기다리는 고층 빌딩은 수두룩하다. 모건스탠리가 사들인 서울 한누리빌딩을 비롯해 싱가포르 CDL이 보유한 서울씨티타워,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가지고 있는 서울 연지동 은석빌딩 등이 매각 추진 중에 있다. 자료원: 매경ECONOMY 제1192호